망월동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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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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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동에 누워

국화꽃향기 0 934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망월동에 누워
               
                  정 군 수

                   
무성히 자란 들풀을 덮고               
시드는 꽃다발을 본다
소녀들이 두고 간 눈물 몇 방울
빛 바랜 종이학의 날개에 접혀
유리상자 속에 쌓여간다
웃음 많던 얼굴
한 방의 총성에 날아가 버린
니체도 아인슈타인도 릴케도
아니 우리의 유관순 누나도
하얗게 무너져 내린 꽃잎
꽃잎을 몰아가는 바람 속에
낭자하게 죽어 넘어진 역사를 본다
상처로서도 진주가 되지 못하는
바다 속의 전설을
네 살 속에 키우는 사람아
가슴 밟고 지나간 자리 또 밟으며
황토 언덕길 오르는 사람아
쇠붙이의 의미를 모른 채
내일이면 시들어버릴 꽃다발 안고 
황혼이 아름다운 언덕에서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본다
너를 덮고 있는
이름 없는 들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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