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생가에서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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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22:39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미당 생가에서
정 군 수
오월의 선운사 골짜기는 동백꽃도 져버렸고
질마재 남새밭에는 풋마늘만 무성하더라
무너진 돌담을 넘어온 쇠산 바람은 무시로 바람벽을 더듬고, 갯물이 밀려오는 소금밭에는 손톱밑이 까만 소년이 서 있었다
백 년쯤의 세월이 무슨 대수랴만, 햇빛 깊어가는 오월
선운사 맑은 물소리 저 혼자 목청 푸르게 들려옴을 어쩌랴
국화는 지금 움이 돋고
영랑의 모란을 옮겨다 심은 사립 밖에서
나는 정물화가 된다
정 군 수
오월의 선운사 골짜기는 동백꽃도 져버렸고
질마재 남새밭에는 풋마늘만 무성하더라
무너진 돌담을 넘어온 쇠산 바람은 무시로 바람벽을 더듬고, 갯물이 밀려오는 소금밭에는 손톱밑이 까만 소년이 서 있었다
백 년쯤의 세월이 무슨 대수랴만, 햇빛 깊어가는 오월
선운사 맑은 물소리 저 혼자 목청 푸르게 들려옴을 어쩌랴
국화는 지금 움이 돋고
영랑의 모란을 옮겨다 심은 사립 밖에서
나는 정물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