蓮池門에서 부르는 소리
                       
                        정 군 수


 연지문 현판에는 연꽃 냄새가 묻어 있어
연잎내 나는 표를 산다
갓쓴 비석들이 근엄한 비명을 달고
마른 풀잎을 내려다본다
연못길 돌고돌아, 누가 부른다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상투 꽂고 감발하고 때묻은 얼굴이
비를 맞고 서 있다
백년 하늘을 떠돌다가 숯불 같은 가슴이
찬 빗돌로 서 있다
지금실 억새꽃이 너 있을 곳이 아니라고
백산산성으로 부른다
가을비가 연못을 적시고
연지문 꽃냄새도 씻어간다
 

 * 연지문 : 전주시 덕진에 있는 공원 이름. 이곳에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라고 쓰여진
          김계남 장군의 비석이 있음
   
 * 지금실 : 동학을 지휘한 김개남 장군의 고향마을
   
 * 백산산성 : 동학군의 거점 산성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