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내의 죽음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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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22:51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어느 사내의 죽음
- 새만금 간척사업장에서
정 군 수
바다가 파도를 멈추고 잘려나간 다리를 핥고 있다.
바윗덩이와 자갈이 상처 난 다리를 짓이기고 방파제를 따라 고군산 열도로 달려간다. 파도가 쉬어가던 갯벌 쪽으로 수 십 대의 트럭이 포크레인에 찍혀 나온 팔뚝을 싣고 씩씩거리며 달려온다. 팔뚝을 잃은 산들이 몸뚱어리를 내맡기고 기진하여 쓰러진다. 형체도 없이 산은 사라지고 거기 새만금 간척사업 조감도가 한낮의 해를 가리고 거만하게 서 있다. 그 아래 한 사내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내는 윗통을 벗고 바다를 헤엄쳐 간다. 환호하는 바다소리를 들으며 방파제 뚝 위로 기어올라와 눕는다. 수 십대의 트럭이 그의 가슴을 밟고 지나가고 문드러진 살점이 차바퀴에 뒹군다. 그러나 사내는 다시 일어나 차보다 빨리 달려가 방파제가 끝나는 뚝 위에 눕는다. 그의 뼈가 부서져 사정없이 흙탕물 위에 흩어진다. 바다는 말없이 파도를 불러모으고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부러진 다리와 잘려나간 팔뚝과 하얀 뼈 몇 조각이 부서진 장난감처럼 떠있다.
- 새만금 간척사업장에서
정 군 수
바다가 파도를 멈추고 잘려나간 다리를 핥고 있다.
바윗덩이와 자갈이 상처 난 다리를 짓이기고 방파제를 따라 고군산 열도로 달려간다. 파도가 쉬어가던 갯벌 쪽으로 수 십 대의 트럭이 포크레인에 찍혀 나온 팔뚝을 싣고 씩씩거리며 달려온다. 팔뚝을 잃은 산들이 몸뚱어리를 내맡기고 기진하여 쓰러진다. 형체도 없이 산은 사라지고 거기 새만금 간척사업 조감도가 한낮의 해를 가리고 거만하게 서 있다. 그 아래 한 사내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내는 윗통을 벗고 바다를 헤엄쳐 간다. 환호하는 바다소리를 들으며 방파제 뚝 위로 기어올라와 눕는다. 수 십대의 트럭이 그의 가슴을 밟고 지나가고 문드러진 살점이 차바퀴에 뒹군다. 그러나 사내는 다시 일어나 차보다 빨리 달려가 방파제가 끝나는 뚝 위에 눕는다. 그의 뼈가 부서져 사정없이 흙탕물 위에 흩어진다. 바다는 말없이 파도를 불러모으고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부러진 다리와 잘려나간 팔뚝과 하얀 뼈 몇 조각이 부서진 장난감처럼 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