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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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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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마을

국화꽃향기 0 990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눈이 내리는 마을
       
                  정 군 수

                                           
눈이 내리는 마을에
친구의 동생이 살고 있다

아들을 보고 오빠 오빠 부르는 팔순 노모
제비 주둥이 벌리는 마른 입에
더운 물 말아 밥 넣어 주는
내 친구의 동생이 살고 있다

친구는 가고 없고
그의 어린 조카들이 우리 어릴 때처럼
눈 내리는 대숲길을 달리고 있다

치매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내 친구 동생은
우리 엄니 노망들었어
노란 이 드러내고 웃으며
어린아이 안 듯 어머니를 요강에 앉힌다

친구는 가고 없어도
그의 몸 냄새가 묻어나는 시골집
맨드라미 장독에 눈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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