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묘지가 있는 풍경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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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23:17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공원묘지가 있는 풍경
정 군 수
저녁 노을이 검은 옷을 끌고
玄室문을 두드린다
대낮의 사슬에 묶였던 영혼들이
부시시 털고 일어나
커텐을 열어 젖힌다
사면의 어두운 벽이
밝음을 밀어낸다
너의 육신이 머물던 곳
빗돌문을 열고 나와
만장 아래에 이르면
침몰당한 소리의 거리
새로운 얼굴들이
영구차의 문을 나선다
나뭇잎이 가만가만 굴러
그들의 발 밑으로 사라진다
촘촘히 들어선 묘비명 사이로
얼굴 가린 영혼들이
무성필름으로 돌아가고
낡은 명정이 나부끼는 곳
어두운 골목 까페에서는
소복한 여인을 옆에 놓고
시를 쓰는 친구들이 몰려와서
수화를 한다
벽에 걸린 뻐꾸기가
몸을 쳐 새벽을 알리면
어제처럼 그들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선다
푸라타나스 잎이 다 져버린
침묵의 거리를 지나
빗물이 고여있는 쑥구렁을 건너
빗돌문을 열고
그의 집으로 사라진다
정 군 수
저녁 노을이 검은 옷을 끌고
玄室문을 두드린다
대낮의 사슬에 묶였던 영혼들이
부시시 털고 일어나
커텐을 열어 젖힌다
사면의 어두운 벽이
밝음을 밀어낸다
너의 육신이 머물던 곳
빗돌문을 열고 나와
만장 아래에 이르면
침몰당한 소리의 거리
새로운 얼굴들이
영구차의 문을 나선다
나뭇잎이 가만가만 굴러
그들의 발 밑으로 사라진다
촘촘히 들어선 묘비명 사이로
얼굴 가린 영혼들이
무성필름으로 돌아가고
낡은 명정이 나부끼는 곳
어두운 골목 까페에서는
소복한 여인을 옆에 놓고
시를 쓰는 친구들이 몰려와서
수화를 한다
벽에 걸린 뻐꾸기가
몸을 쳐 새벽을 알리면
어제처럼 그들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선다
푸라타나스 잎이 다 져버린
침묵의 거리를 지나
빗물이 고여있는 쑥구렁을 건너
빗돌문을 열고
그의 집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