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4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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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23:19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메주 4
정 군 수
학교에서 돌아오면 비어있는 집
그을음 앉은 처마 어둑한 그늘에서
허기진 뱃속으로 기어드는 메주냄새
시렁에 매달려 박쥐처럼
은밀하게 저희끼리 수 백년을 살아오다가
배고픈 밥상머리에 나보다도 먼저 앉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냄새를 길들인다
나는 물을 말아 밥을 퍼넣으며
그 냄새를 씻어보려고 하지만
살금살금 몸을 간지르고
살냄새가 되어버린 메주냄새
목욕탕에 가서 수건으로 문지르고
무도회 식탁에서 칼질을 하여도
나와 한몸이 되어버린 메주냄새
내 바람 되어 빈손으로 저 세상 갈 때
너희 몇 줌 補空에 넣어
나비 꽃밭 찾듯 날아가리라
정 군 수
학교에서 돌아오면 비어있는 집
그을음 앉은 처마 어둑한 그늘에서
허기진 뱃속으로 기어드는 메주냄새
시렁에 매달려 박쥐처럼
은밀하게 저희끼리 수 백년을 살아오다가
배고픈 밥상머리에 나보다도 먼저 앉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냄새를 길들인다
나는 물을 말아 밥을 퍼넣으며
그 냄새를 씻어보려고 하지만
살금살금 몸을 간지르고
살냄새가 되어버린 메주냄새
목욕탕에 가서 수건으로 문지르고
무도회 식탁에서 칼질을 하여도
나와 한몸이 되어버린 메주냄새
내 바람 되어 빈손으로 저 세상 갈 때
너희 몇 줌 補空에 넣어
나비 꽃밭 찾듯 날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