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사색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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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6
2004.08.09 23:21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가을의 사색
정 군 수
참새는 그 작은 주둥이로
들녘의 간을 쪼아먹다가
허수아비가 여윈 팔을 저어 쫓으면
제 집처럼 논두렁을 날다 다시 돌아와
허수아비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피 묻은 주둥이를 씻는다
허수아비는 부릅뜬 눈으로
건방진 참새를 노려보지만
날개가 없어 쫓지도 못하고
푸른 하늘 받아 숨을 쉬면서도
그 발가락 냄새를 맡으며
가을을 보낸다
신은 왜 허수아비에게
날개를 주지 아니하였을까
허수아비는 다만
허수아비로 살아와
날개가 있다 하더라도
인간처럼
참새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신은 왜 알지 못했을까
정 군 수
참새는 그 작은 주둥이로
들녘의 간을 쪼아먹다가
허수아비가 여윈 팔을 저어 쫓으면
제 집처럼 논두렁을 날다 다시 돌아와
허수아비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피 묻은 주둥이를 씻는다
허수아비는 부릅뜬 눈으로
건방진 참새를 노려보지만
날개가 없어 쫓지도 못하고
푸른 하늘 받아 숨을 쉬면서도
그 발가락 냄새를 맡으며
가을을 보낸다
신은 왜 허수아비에게
날개를 주지 아니하였을까
허수아비는 다만
허수아비로 살아와
날개가 있다 하더라도
인간처럼
참새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신은 왜 알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