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의 달력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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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23:23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전사자의 달력
정 군 수
은빛날개 반짝이는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가고싶다던 윤병장이
한 줌의 재가 되어
고국의 하늘로 실려가던 날에도
풋캇의 밀림에서는 포탄이 울었다.
그가 매복에서 돌아오지 않은 날
죽음을 찾아온 도마뱀이
천장에 붙어서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내 자리를 엿보고 있다.
그가 가고 난 빈자리
주인 잃은 달력에는 ×표가
하루가 가면 하루를 침몰시키던 몸부림이
정복당하지 않는 밀림 앞에서
살아있는 자의 땀 냄새로 멈추어 있다
雨期의 하늘이 왜 슬픈지를 모르는 어디에서는
이국병사의 손에 쓰러진 영문모르는 주검이,
번쩍이는 계급장의 음모가
부릅뜬 눈으로 또 우리를 부르겠지
아무 것도 아니다
화장터의 연기로 스러지는 십자군의 허상
조명탄 불꽃 아래 산화하는 젊음이
네 갈증으로 남겨놓은 물 몇 모금
그 진한 울음의 전우애가
레이션박스 뒹구는 빈 하늘
총구 앞에 무표정한 꽁까이의 얼굴에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이렇게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윤병장의 달력에다 ×표를 긋는다.
정 군 수
은빛날개 반짝이는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가고싶다던 윤병장이
한 줌의 재가 되어
고국의 하늘로 실려가던 날에도
풋캇의 밀림에서는 포탄이 울었다.
그가 매복에서 돌아오지 않은 날
죽음을 찾아온 도마뱀이
천장에 붙어서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내 자리를 엿보고 있다.
그가 가고 난 빈자리
주인 잃은 달력에는 ×표가
하루가 가면 하루를 침몰시키던 몸부림이
정복당하지 않는 밀림 앞에서
살아있는 자의 땀 냄새로 멈추어 있다
雨期의 하늘이 왜 슬픈지를 모르는 어디에서는
이국병사의 손에 쓰러진 영문모르는 주검이,
번쩍이는 계급장의 음모가
부릅뜬 눈으로 또 우리를 부르겠지
아무 것도 아니다
화장터의 연기로 스러지는 십자군의 허상
조명탄 불꽃 아래 산화하는 젊음이
네 갈증으로 남겨놓은 물 몇 모금
그 진한 울음의 전우애가
레이션박스 뒹구는 빈 하늘
총구 앞에 무표정한 꽁까이의 얼굴에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이렇게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윤병장의 달력에다 ×표를 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