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추억
가을
0
994
2004.08.10 15:09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탱자나무 추억
이향아
무당의 색동옷처럼
눈에피 헝겊이 걸려있는 탱자나무에 대고
퉤퉤 침을 세 번 뱉고 주문을 외웠다.
누군가 마주치면 그 눈에 핏발 서겠지
느닷없이 내 대신 핏발이 서면
눈에피 가지고 탱자나무한테 가겠지.
침 세 번 뱉고 돌아서야 할텐데
모를지도 몰라. 그는
눈에피 헝겊 빗물 먹어 얼룩지고
걸레조각처럼 너덜거리고
누가 정말 가져갔을까 눈병은 없어졌지만
오래오래 걸려 있는 헝겊 조각이
목에 걸린 체증처럼 답답하였다.
탱자나무 가시가 나를 찔렀다.
이향아
무당의 색동옷처럼
눈에피 헝겊이 걸려있는 탱자나무에 대고
퉤퉤 침을 세 번 뱉고 주문을 외웠다.
누군가 마주치면 그 눈에 핏발 서겠지
느닷없이 내 대신 핏발이 서면
눈에피 가지고 탱자나무한테 가겠지.
침 세 번 뱉고 돌아서야 할텐데
모를지도 몰라. 그는
눈에피 헝겊 빗물 먹어 얼룩지고
걸레조각처럼 너덜거리고
누가 정말 가져갔을까 눈병은 없어졌지만
오래오래 걸려 있는 헝겊 조각이
목에 걸린 체증처럼 답답하였다.
탱자나무 가시가 나를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