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손이 이마를 짚으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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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0 15:10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젊은 손이 이마를 짚으면
이향아
작은 공룡처럼 꿈틀거렸다.
따지고 보면 하루 한 날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렇다 대한민국,
이 시대의 대학생,
결의문 아니면 성명서가 대자보로 나붙고
찢어진 현수막은 폭우 속에 울었다.
펼치는 시험지에 스미는 적막
뛰는 것만이 사는 길은 아냐
가다 보면 벼랑, 다시 막는 태산
이따금 울리는 순결한 기침 소리
이토록 깊고 큰 강의실이 있었던가.
연필심이 종이 위를 달려서
사각사각 배를 먹는 소리
기억을 터널에 삽질을 하며
젊은 손이 이마를 짚으면
세계는, 참 적막하구나.
기말시험도 끝이 나면
복도에 가득 짐을 부린 너희들이
자유와 낭만을 탐해 술렁거릴 때
날개 다는 소리로 지축은 흔들리고
나는 천천히 뉘우치겠지.
가을 지나 겨울이 깊어가고 있구나
여위는 뒷모습을,
시끄럽던 날들을 돌아보겠지.
이향아
작은 공룡처럼 꿈틀거렸다.
따지고 보면 하루 한 날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렇다 대한민국,
이 시대의 대학생,
결의문 아니면 성명서가 대자보로 나붙고
찢어진 현수막은 폭우 속에 울었다.
펼치는 시험지에 스미는 적막
뛰는 것만이 사는 길은 아냐
가다 보면 벼랑, 다시 막는 태산
이따금 울리는 순결한 기침 소리
이토록 깊고 큰 강의실이 있었던가.
연필심이 종이 위를 달려서
사각사각 배를 먹는 소리
기억을 터널에 삽질을 하며
젊은 손이 이마를 짚으면
세계는, 참 적막하구나.
기말시험도 끝이 나면
복도에 가득 짐을 부린 너희들이
자유와 낭만을 탐해 술렁거릴 때
날개 다는 소리로 지축은 흔들리고
나는 천천히 뉘우치겠지.
가을 지나 겨울이 깊어가고 있구나
여위는 뒷모습을,
시끄럽던 날들을 돌아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