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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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기쁨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허망한 기쁨
 
                      이향아
 

이후로는 기쁨을 말하지 않으련다.
마음을 휘몰아 격랑처럼 맥이 뛰는
차라리 그 이름을 돌아 가련다
자주자주 쓸쓸하여 골방에 울지라도
부드러운 그의 손을 더듬지 않으련다

멀리 바라뵈던 별도 슬어 지치고
아득한 종소리 들리지 않아 부끄러운
열기만 솟아올라 목이 자꾸 타는
노역보다 힘겹고 허망한 기쁨
기쁨이 밤낮없이 목마르게 쫓는,
이후로는 찾아 헤매지 않으련다
결국은 큰 산허리 한 줌 모래
자즈러질 듯 홀로 가슴 쓸어내릴지라도
오래 묵은 기다림 하나
종신형의 약속처럼 품고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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