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한 나날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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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0 15:12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무사한 나날
이향아
날이 흐려서 그나마 다행이다.
멍텅구리같은 하루가 가고
쓰레기 으깨듯 시간을 으깨면서
무사한 나날이 살얼음 같아
대낮에 하릴없이 창밖을 뛰어 내리면
산수유가 눈 속에 '차렷!'을 하고 있다.
바다 같은 눈 벌판에,
눈꼽 같은 열매
산수유 가슴은 피투성인데.
이래도 되는가,
텔레비젼이나 보면서
건강하냐, 다행이다, 이런 말이나 하면서
사랑한다, 행복하냐, 함부로 외우면서
연속극이나 보면서
누가 어쨌다더라,
역겨운 소문이나 물어 나르면서
인생이 어떻다고 떠들어도 되는가.
오늘도 염치좋게 무사한 나날,
산수유가 눈 속에 살침처럼 꽂힌다.
이향아
날이 흐려서 그나마 다행이다.
멍텅구리같은 하루가 가고
쓰레기 으깨듯 시간을 으깨면서
무사한 나날이 살얼음 같아
대낮에 하릴없이 창밖을 뛰어 내리면
산수유가 눈 속에 '차렷!'을 하고 있다.
바다 같은 눈 벌판에,
눈꼽 같은 열매
산수유 가슴은 피투성인데.
이래도 되는가,
텔레비젼이나 보면서
건강하냐, 다행이다, 이런 말이나 하면서
사랑한다, 행복하냐, 함부로 외우면서
연속극이나 보면서
누가 어쨌다더라,
역겨운 소문이나 물어 나르면서
인생이 어떻다고 떠들어도 되는가.
오늘도 염치좋게 무사한 나날,
산수유가 눈 속에 살침처럼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