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도 없이 -삼월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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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도 없이 -삼월 서시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약속도 없이
-삼월 서시
 
                      이향아


삼월에는 노래부를 시간이 없다
준비이-!
시이-작!
출발선 그어 놓고 호각을 불면
우리는 맨발로 달려야 하니까
가까이엔 봄, 머얼리엔 겨울
두 눈 가늘게 떠서 지평선을 바라봐야지.
솔직히 말하면 삼월에는 노래부를 마음이 없다.
만주 대륙에서 우우후 우우후 떼거리로 밀려드는 바람
노오란 흙가루 뒤집어 쓰고 거리에 서면
바람 때문에 으스스 코피가 터질 것 같다
일년 중 제일 추운, 어지러운 삼월,
삼월에는 노래부르고 싶어도 부를 노래가 없다.
노래들은 다 어디론가 갔다.
가서는 붉은 꽃이 되거나 푸른 잎이 되어서
혹은 아지랑이나 휘파람소리가 되어서
아무튼 무엇이든 되어서야 돌아온다는 소식,
그래도 삼월인데 팔짱 끼고 있을 수야 없지. 
회색 외투를 벗고 장화를 벗고
나프타린 냄새나는 분홍 스카프를 두르고
약속도 없이 충장로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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