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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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쌀

가을 0 1075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자운영 쌀
 
                          이향아


포도 상자에는 이름이 적혀 있다.
포도를 가꾼 남자, 김철수
천둥과 번개 속에 넝쿨 걷어 올리던
사과 상자에도 이름이 적혀 있다.
사과를 붉힌 남자, 박영남
해를 품고 바람 갈라 기다린 농부 

쌀들도 이젠 그냥 쌀이 아니다.
풍광수토, 청풍명월, 용궁진상미
임금님표, 춘향골, 철원오대쌀,
백마강, 메뚜기, 자운영 쌀들.
신토불이 웨치는 색색 이름이
가문을 뽐내면서 간택을 기다릴 때
아, 자운영
진분홍 꽃물결이 강물처럼 넘쳐
꽃은 삭아서 거름으로 스몄더니,
무엇인가 되어서 다시 온단 말
죽어도 산다는 말, 혹시라도 했더니.
아름다운 쌀이 된 자운영 한 봉지
가슴에 꽃다발처럼 끌어 안았다. 
자운영 꽃잎 먹고
죽은 듯이 누워야지, 
나도 내일 아침 돌아와야지,
무엇인가 되어서 깨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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