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에 깃든 사랑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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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0 16:09
저자 : 함영숙
시집명 : 사랑은 안전장치를 여는 만능열쇠(상)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씨알의 소리
큰 나무에 깃든 사랑
함영숙
큰 나무에는
새순 돋는 가지도, 죽은 가지도 있다
연한 가지와, 무뚝둑한 가지도 있다
바람에 꺾이는 가지도, 죽자고 붙어있는 가지도 있다
청청한 잎과 시들한 잎도 있다
어린 꽃망울도 활짝핀 꽃도 있다
서로 부딧끼며 싸우고 시기해도
큰 나무는 무덤덤히 팽개치는 듯하나
그래도 사랑의 진액을 계속 공급한다
큰 나무 가지에는
무수한 새들이 깃든다
시끄럽게 재잘되는 소리를 새기며
새순 연한 잎 쪼는 부리를 용납하며
몸의 표피를 물어 뜯는 아픔도 참고
더럽게 흘리는 오물도 받아주며
큰 나무는 싫다는 표정과 몸짓을 자제하며
매일매일 끊임없이 사랑을 베푼다
큰 나무 뿌리는
단단한 돌맹이의 표피를 뚫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물 냄새 맡으며 매일 엉금엉금 기어간다
온 지면에 실타래 처럼 흙을 싸안고
아품과 고통을 밑에서 받쳐주며
기쁨과 환희의 춤을 밖으로 뿜어 올리며
든든히 버티고 서서 사랑을 폭팔한다
함영숙
큰 나무에는
새순 돋는 가지도, 죽은 가지도 있다
연한 가지와, 무뚝둑한 가지도 있다
바람에 꺾이는 가지도, 죽자고 붙어있는 가지도 있다
청청한 잎과 시들한 잎도 있다
어린 꽃망울도 활짝핀 꽃도 있다
서로 부딧끼며 싸우고 시기해도
큰 나무는 무덤덤히 팽개치는 듯하나
그래도 사랑의 진액을 계속 공급한다
큰 나무 가지에는
무수한 새들이 깃든다
시끄럽게 재잘되는 소리를 새기며
새순 연한 잎 쪼는 부리를 용납하며
몸의 표피를 물어 뜯는 아픔도 참고
더럽게 흘리는 오물도 받아주며
큰 나무는 싫다는 표정과 몸짓을 자제하며
매일매일 끊임없이 사랑을 베푼다
큰 나무 뿌리는
단단한 돌맹이의 표피를 뚫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물 냄새 맡으며 매일 엉금엉금 기어간다
온 지면에 실타래 처럼 흙을 싸안고
아품과 고통을 밑에서 받쳐주며
기쁨과 환희의 춤을 밖으로 뿜어 올리며
든든히 버티고 서서 사랑을 폭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