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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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관리자 2 9820
저자 : 박인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55     출판사 :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2 Comments
tnraud7 2005.11.26 18:57  
이 시를 통해서 시를 알았고, 좋아하게 되었던...내 시 감성에 한 획을 진하게 그어 주었던...한 시대를 풍미한 모더니스트...
이승복 2008.01.31 23:19  
2008년 1월 1일부터 조선일보 연재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에서 이 제목의 詩 보고 여기서 다시
보고 갑니다. 정말 좋은시 다시 감상하고 감사드리고 갑니다.
하늘나라에 가신 님께 명복을 비옵니다.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