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들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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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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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들어서기

저자 : 임명자     시집명 : 따스한 날의 아침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미래문화사
길에 들어서기
 
                      임명자
 
 
길을 다시 내고 싶다

세상 읽기는 너무 어려워
흔들면 흔드는 대로
끌어내리면 끌어내리는 대로
길을 내는 데 익숙치 못해
길 속에서 서성대는 나

미로 같은 현대미술관을 찾아가다
잊혀졌던 길들을 하나하나 건져 낸다
눈부신 것들을 잃어버리게 하는 세상
마음 벅찬 것들을 잊게 하는 세상
내가 읽은 세상은 모두
잃어버린 수첩 속에만 있는 듯

길을 다시 내고 싶다
내가 처음 밟은 길로
내가 처음 이름지어 부를 수 있는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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