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항에 불 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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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항에 불 켜지다

저자 : 임명자     시집명 : 따스한 날의 아침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미래문화사
곰소항에 불 켜지다
 
                          임명자
 
 
방파제 끝으로 섬이 떠나가고
낙조마저 어린 내 고향처럼 떠나고
배반하지 않은 사랑은 무료하다라고
개펄에다 쓴다

먼 발치에서 떠도는 손짓
비명으로 들이닥치는 파도에 끌려간다
휴지처럼 구겨 버려지지 않는 비굴한 욕망이
내소사 장난기 어린 동자승 얼굴에 겹친다
손톱만한 게의 집들이 묻혔다 다시 타나난다

불 밝힌 곰소향 새벽
싱싱한 울림이 질펀하게 깔린다
메스껍던 어젯밤 꿈이
바다 쪽을 향해 토악질을 해댄다

떠났던 섬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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