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에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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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3 11:15
저자 : 임명자
시집명 : 따스한 날의 아침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미래문화사
노량진에서
임명자
버스는 언제나 정류장을 비껴 서고 기다리던 사람
들이 그물에 끌려가듯 우르르 몰려들어 사라져 버린
굴다리 지나 컴컴한 수산시장 건어물전
줄줄이 묶여 있는 굴비 두릅 가운데서 버스를 기
다리던 도시인을 만난다 소금에 절여진 가슴팍 펄떡
이던 심장은 멎어 있지만 지그시 감아내린 눈동자
밑에 아득히 밀려오는 바다를 본다
등대가 반짝이고 기항지로 돌아오는 어부들이 마
지막 술잔을 비우며 팽팽히 끌어올린 그물의 무게와
지난 여름 휘몰아친 해일을 되뇌지만 집으로 돌아가
는 정류장 앞 버스는 종일토록 비껴 서고 지그시 내
려 감긴 굴비 한 두릅 우르르 몰려들어 사라져 간다
임명자
버스는 언제나 정류장을 비껴 서고 기다리던 사람
들이 그물에 끌려가듯 우르르 몰려들어 사라져 버린
굴다리 지나 컴컴한 수산시장 건어물전
줄줄이 묶여 있는 굴비 두릅 가운데서 버스를 기
다리던 도시인을 만난다 소금에 절여진 가슴팍 펄떡
이던 심장은 멎어 있지만 지그시 감아내린 눈동자
밑에 아득히 밀려오는 바다를 본다
등대가 반짝이고 기항지로 돌아오는 어부들이 마
지막 술잔을 비우며 팽팽히 끌어올린 그물의 무게와
지난 여름 휘몰아친 해일을 되뇌지만 집으로 돌아가
는 정류장 앞 버스는 종일토록 비껴 서고 지그시 내
려 감긴 굴비 한 두릅 우르르 몰려들어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