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斷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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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斷食)

김종제 0 823
저자 : 김종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여름 햇살에 굳게 빗장 걸린
문(門)을 열고 나가보니
이 세상 단식(斷食)해야 할 것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이냐
배 부른 저 항아리 독 같은 산과 바다와
그속에 기어 들어가
병든 짐승처럼 헐떡이는 나와
뱃속에 가득 들어찬 것들
다 비워야  하는 것이다
사방 천지에 그득 그득 퍼질러 놓고
치우지도 않아
지독한 냄새 풍기며 썩어가는 풍경
백지(白紙)처럼 비우는 것이다
너무 먹어 탈이 났으니
숲도 절벽도
구름 위로 날아가는 새도 들어내고
물도 섬도 지나가는 배도 들어내고
오래된 와불(臥佛)처럼 눕는 것이다 
곡기를 끊어 버리고
물 한 모금도 사치스러워
침묵의 투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내속에 가득 들어찬
자유도 무기도 똥으로 쏟아내고
얼음도 불도 오줌으로 눠 버리는 것이다
배불러 찌들은 내속의 마음도
단식(斷食)해서 밖으로 다 걸러내어
드디어 흰 뼈와 붉은 피만 남으면
이 세상의 입속에 가득 가득
흡족한 사랑을 죽처럼 먹이는 거야 
투쟁의 단식(斷食)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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