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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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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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정착

유용선 0 917
저자 : 유용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93     출판사 :
정착

                      유용선


배를 저어 가자, 계절이 저문다.
눈서리 가득하던 지상의 겨울은 가고
빛 바랜 눈 녹이어 흙에 묻으신
조물주의 손길 바다에 닿으면 그때에
노를 저어 등 뒤의 바람을 재촉하며
저기 섭리의 기슭으로 가자.
가서 그만 닻을 내리자.
마음 댈 곳 없는 고뇌의 바다
가이없는 외로움과 추위
사막처럼 황량했던 기억을 등에 업고
이제 나는 힘껏 배를 저어 가자.
섭리의 기슭에는 새로운 시간이 머문다.
거기엔 따사로운 햇살이 있고
거기엔 보드라운 어루만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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