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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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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저자 : 김희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4     출판사 :
누에

                    김 희 숙


기를 펴지 못하고 온 몸을 동그랗게 말아
오글오글대던 누에가 세상의 독기에
오령의 긴 잠을 지나
드디어 아픈 상처의 집을 짓고 들었다

어디 그 조그만 몸 누일 곳 없어
엄지 손가락 크기만도 못한 곳에
제 몸을 틀고 누웠을까

사방이 둥그런 흰 벽으로 이루어내는
절벽의 세상,
깨끗한 마음밭의 날개로 환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찰랑찰랑 차 오르는 황새들의 세상에
뱁새로 태어나 찢어지지 않고
온전하게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어쩌면 세상이 피워내는
매운 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집을 잃고 세상에 나왔으니
해방이다
그러나 죽어야만
누릴 수 있는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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