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내린 후에

                    진상록


후두둑, 후두둑
먹빛 구름의 칼날 같은 난도질도
보아하니 짧은 한순간이었다
그러나, 입김 서린 유리창 너머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는 풍경은
상심에 잠겨 무방비 상태
제멋대로 무너지는 것과
사방으로 부서지는 것은
순간의 벼랑 앞에
우뚝
등 떠밀리며 섰다
스쳐 지나던 길목 가장자리 비껴 서 있는
연초록 흔한 풀 잎사귀 한 자락
흔들리는 곡예 춤사위가
정작 고와 다가섰더니
흐린 물빛보다
더 서럽다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