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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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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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저자 : 장경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새벽

장경기


저 검푸른 새벽을 거슬러,
내가, 나의 정신이 분열되기 이전의
맨 처음, 태초로 돌아가고 싶다.

작디작은 하나의 세포로
그 무엇에도 닿지 않은 원형질로,
그러나 이후 수억으로 분열될 정신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맨 처음, 나의 시작은 얼마나 가슴 설레었으랴.

지상 처음으로 떠오르는 태양만큼이나 싱싱했을,
나라는 가능성을 매만지며
나의 미래를 그려보았을,
나를 만들어낸 이의 손길은 얼마나 따스했으랴.

보고 싶다.
그 눈빛,
그 눈빛 속의 싸늘한 음모를,
그 늙은 세디스트의 파란 입가에 흐미하게 번지는 광기를,

보는 순간,
그의 목을 조르며,
그 죽음에의 희열에 온몸 파드드 떠는
그의 한가운데를 지나

저편,
내가 없던 시절로,
이제는 돌아가 쉬고 싶다.

(그러나 끝내 목 죄일 이는 어디에도 없으리.)

뼛속까지 울려오는 저 소리.
새벽을 무너뜨린 늙은 태양만이
어김없이
타들어가는 공포의 눈으로,
저벅저벅 나에게로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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