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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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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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발

김종제 0 899
저자 : 김종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그래, 너희들 몇몇 가진 자들의
안방에 고이 모셔둔
백자도 청자도 아닌 것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개똥인지 언년인지 이름도 모르고
낯도 설다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무기라던가
원하지도 않던 불구덩이에서
잔뜩 달구어져
잘못 태어난 자식과도 같이
버리기도 뭐 해서 그냥 내버려 두다가
제대로 병구완 받지도 못해
황달기 오른 얼굴에
얼룩지고 껄그럽고 잘 부서지는
우리네 민초(民草)와 왜 이리 닮았을까
그저 막 쓰다가
밥도 못 받아 먹고 굴러 다니는 그릇
일찍이 조실부모하고
먹고 살기 위해 사기막에 들어가는 것이
어찌 우리 민족이 아니겠느냐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물이나 져 나르다가 진흙이나 개다가
발물레로 꼬박을 올려놓고
손가락을 집어넣어 종지 한 개를 만든다
숫돌에 간 낫을 여러 번 물그릇에 담갔다가
물그릇에 쇳가루가 잔뜩 들어가
검으스름한 빛깔이 되면
붓에 찍어 환을 치고
그늘에 잘 말렸다가 약을 입혀 놓아
장작불로 때다가 불을 낮춰 구우니
슬적 빗겨간 자리에
매화나무 버짐무늬 같은 반점
투박하면서도 은은하고 그윽한
서민의 숨쉬며 살아가는
저 밥그릇이었다가 막걸리잔이었다가
체념과 달관을 익힌 후에
햇볕 잘 들고 바람 시원한 어느 집 마당에
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막사발
어찌 우리네 백성(百姓)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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