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이 보이는 간이역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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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4 23:30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눈물이 말라 빛이 된다는 것을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러브호텔이 보이는 간이역
정 군 수
아중리에 러브호텔촌이 들어선 뒤부터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도
간이역이 아름다운 이 마을을 떠났다
그래도 하루에 세 번씩 통일호가 쉬어가고
고목이 된 무궁화는 꽃을 피운다
야간 열차가 들어오고
벌거벗은 예수가 마지막 손님으로 역사를 나오면
아중리의 하늘은 불꽃 바다가 된다
십자가 첨탑보다 더 높은 러브호텔 지붕에
새로 핀 집어등 (集魚燈)이 파다거리고
너의 직녀를 간음한 밀어들이 별처럼 쏟아지는데
첨탑을 기어오르다 떨어진 예수는
러브호텔 문전마다 개벽(開闢)을 걸식을 한다
네 정부(情夫)가 네 정부(情婦)를 밀어 처넣어 죽인
아중리 저수지물이 시퍼렇게 살아서
밤이면 저렇게 소리내어 우는데
불쌍한 예수는 사람을 찾다 지쳐
멍든 뺨을 내놓고 잠을 잔다
밤은 멀었는가
러브호텔이 보이는 간이역에 안개가 쌓이고
희미한 가로등 하나
또 다른 예수를 기다리며
새벽이 올 때까지 잠 못 들고 있다
정 군 수
아중리에 러브호텔촌이 들어선 뒤부터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도
간이역이 아름다운 이 마을을 떠났다
그래도 하루에 세 번씩 통일호가 쉬어가고
고목이 된 무궁화는 꽃을 피운다
야간 열차가 들어오고
벌거벗은 예수가 마지막 손님으로 역사를 나오면
아중리의 하늘은 불꽃 바다가 된다
십자가 첨탑보다 더 높은 러브호텔 지붕에
새로 핀 집어등 (集魚燈)이 파다거리고
너의 직녀를 간음한 밀어들이 별처럼 쏟아지는데
첨탑을 기어오르다 떨어진 예수는
러브호텔 문전마다 개벽(開闢)을 걸식을 한다
네 정부(情夫)가 네 정부(情婦)를 밀어 처넣어 죽인
아중리 저수지물이 시퍼렇게 살아서
밤이면 저렇게 소리내어 우는데
불쌍한 예수는 사람을 찾다 지쳐
멍든 뺨을 내놓고 잠을 잔다
밤은 멀었는가
러브호텔이 보이는 간이역에 안개가 쌓이고
희미한 가로등 하나
또 다른 예수를 기다리며
새벽이 올 때까지 잠 못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