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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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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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기행

저자 : 서경원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가을 기행

                      서경원

1
술처럼 잘 익은 가을 속으로 간다

들판을 날아다니던 허수아비
헤벌죽한 미소에 종적 감추었던 참새들
금세 와르르 달려온다
참을 수 없는 욕정과
따가운 햇살이 교감하는 오후

계절을 분간 못한 자주색 나팔꽃
이끼 낀 돌담에서
입술 붉은 여자처럼 웃어대고
바람과 햇살에 뒤엉킨 억새꽃들의
꺾일 듯 휘어지는 비명 소리
빈 들녘에 질펀하다

2
얼핏설핏 단풍 흘겨보는 숲 길
찰진 흙 부비며 앞서 가던 바람
맨땅에 벌러덩 알몸으로 드러눕는다
무심히 숲을 지나던 햇살
얼굴 붉힌다

바람에 얼굴과 가슴을 씻고
붉은 물 뚝 뚝 흐르는 채 고갤 드니
붉은 산자락에 암자 하나
솔 숲 향 두어 줌 띄운
감로수 한 사발 건네 온다
아하!
신선들 노닐던 무릉도원
헛말 아니었구나

원망도 욕심도 떨쳐버린 영혼
계곡을 내달리는 물줄기 따라
흘러간다, 한 잎 단풍잎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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