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섬 사이에
가을
0
906
2004.08.28 12:55
저자 : 김준철
시집명 :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모아드림
어머니와 섬 사이에
김준철
그때, 그 곳은 어머니의 바다였다지
새들의 둥지를 닮은 섬과
메마른 우물 속… 조갈의 울림만이 남아있는
거기에 나도 있었다지
유년,
그 끄노어지지 않고 이어지던 길 위에서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해가 저물 때까지 달려도 닿을 수 없던,
날 부르는 어머니의 손짓에
되돌아가야 했던 그 곳에 나는
살고 있었다
어머니, 당신은 아시지요
제가 자꾸만 떠나려 하는 까닭을…
깊은 바다의 어둠 속에
서식하는 침묵의 지르러미에눌려
밤이면
당신의 젖가슴을 잘라 도망치는 이유를…
어머니, 당신만은 아시지요
파편처럼 널브러져 있는 일상의 습관 속에서
제가 담고 잇던 또 한 명의 초상을
모래 위, 그의 발자국이 섬을 만들 때
고통없이 파여지는 발자국의 깊이로
섬이 바다를 닮듯
나는 파도를 닮아간다
지금, 바다는
더이상 흘러갈 곳이 없어
파도치고 있다
김준철
그때, 그 곳은 어머니의 바다였다지
새들의 둥지를 닮은 섬과
메마른 우물 속… 조갈의 울림만이 남아있는
거기에 나도 있었다지
유년,
그 끄노어지지 않고 이어지던 길 위에서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해가 저물 때까지 달려도 닿을 수 없던,
날 부르는 어머니의 손짓에
되돌아가야 했던 그 곳에 나는
살고 있었다
어머니, 당신은 아시지요
제가 자꾸만 떠나려 하는 까닭을…
깊은 바다의 어둠 속에
서식하는 침묵의 지르러미에눌려
밤이면
당신의 젖가슴을 잘라 도망치는 이유를…
어머니, 당신만은 아시지요
파편처럼 널브러져 있는 일상의 습관 속에서
제가 담고 잇던 또 한 명의 초상을
모래 위, 그의 발자국이 섬을 만들 때
고통없이 파여지는 발자국의 깊이로
섬이 바다를 닮듯
나는 파도를 닮아간다
지금, 바다는
더이상 흘러갈 곳이 없어
파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