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하며 말하고 있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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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8 12:56
저자 : 김준철
시집명 :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모아드림
번식하며 말하고 있다
김준철
오래전 그곳은 아버지의 땅이었다, 한다
거대한 민둥산과
뿌리 내리지 않는 겨울나무 한 그루 남아있는
그 곳은 처음부터 홀로 있지는 않았다, 한다
그의 땅에 내리어진 남루한 햇살은
어머니의 식탁 위, 꽃병에서 자라고 있던
비대한 잎들을 위태롭게 했다
버릇이 되어버린 아침의 공복처럼,
언뜻언뜻 비춰지는 일상의 아린 흉터처럼,
지울 수 없이 각인도어진 문패들의 문향처럼,
길처럼… 어둡다
나무의 마디처럼 흉하게 꺽여진 길 위에서
아버지의 땅처럼, 비어버린 길이 어두웠다
어둠의 길들이 그에게 상채기를 내는 동안…
바늘이 살갗을 뚫고
혈관을 타고 오르는 고통으로
아버지의 땅은
다른 땅들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한다
어둠 속에서 냄새를 피우는 생명들
쉴 새 없이 꿈틀대며 교미하는…
잠들지 않는 눈을 감는 새벽의 고통으로는
아직, 무엇도 태어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땅,
아버지의 겨울 나무, 가지 속에서
내 아기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진다
김준철
오래전 그곳은 아버지의 땅이었다, 한다
거대한 민둥산과
뿌리 내리지 않는 겨울나무 한 그루 남아있는
그 곳은 처음부터 홀로 있지는 않았다, 한다
그의 땅에 내리어진 남루한 햇살은
어머니의 식탁 위, 꽃병에서 자라고 있던
비대한 잎들을 위태롭게 했다
버릇이 되어버린 아침의 공복처럼,
언뜻언뜻 비춰지는 일상의 아린 흉터처럼,
지울 수 없이 각인도어진 문패들의 문향처럼,
길처럼… 어둡다
나무의 마디처럼 흉하게 꺽여진 길 위에서
아버지의 땅처럼, 비어버린 길이 어두웠다
어둠의 길들이 그에게 상채기를 내는 동안…
바늘이 살갗을 뚫고
혈관을 타고 오르는 고통으로
아버지의 땅은
다른 땅들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한다
어둠 속에서 냄새를 피우는 생명들
쉴 새 없이 꿈틀대며 교미하는…
잠들지 않는 눈을 감는 새벽의 고통으로는
아직, 무엇도 태어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땅,
아버지의 겨울 나무, 가지 속에서
내 아기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