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 -그릇 22
가을
1
1147
2004.09.22 16:52
저자 : 오세영
시집명 :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출판(발표)연도 : 1991
출판사 : 미래사
커피잔
-그릇 22
오세영
고기는 왜
칼로 잘라서 먹는가,
그릇이 날카로운 입이라면
잔은 부드러운 입술이다.
감미로운 키스처럼
입술에 닿는 잔,
잔에는 결코 젓가락을 대지 않는다.
칼과 이빨의
어지러운 축제는 끝났다.
칼을 잡는 손으로
이제 잔을 잡는 시간,
커피를 든다.
살의에 떠는 이빨을 잠재우기 위해
촉촉히 젖는 입술,
인간은 누구나 밥으로만 살 수는 없다.
스스로 녹는 설탕의 절망 앞에서
사랑이 되는
증오.
-그릇 22
오세영
고기는 왜
칼로 잘라서 먹는가,
그릇이 날카로운 입이라면
잔은 부드러운 입술이다.
감미로운 키스처럼
입술에 닿는 잔,
잔에는 결코 젓가락을 대지 않는다.
칼과 이빨의
어지러운 축제는 끝났다.
칼을 잡는 손으로
이제 잔을 잡는 시간,
커피를 든다.
살의에 떠는 이빨을 잠재우기 위해
촉촉히 젖는 입술,
인간은 누구나 밥으로만 살 수는 없다.
스스로 녹는 설탕의 절망 앞에서
사랑이 되는
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