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 -그릇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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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 -그릇 22

가을 1 1147
저자 : 오세영     시집명 :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출판(발표)연도 : 1991     출판사 : 미래사
커피잔
-그릇 22

                    오세영
 
 
고기는 왜
칼로 잘라서 먹는가,
그릇이 날카로운 입이라면
잔은 부드러운 입술이다.
감미로운 키스처럼
입술에 닿는 잔,
잔에는 결코 젓가락을 대지 않는다.
칼과 이빨의
어지러운 축제는 끝났다.
칼을 잡는 손으로
이제 잔을 잡는 시간,
커피를 든다.
살의에 떠는 이빨을 잠재우기 위해
촉촉히 젖는 입술,
인간은 누구나 밥으로만 살 수는 없다.
스스로 녹는 설탕의 절망 앞에서
사랑이 되는
증오.
1 Comments
류혜경 2005.11.09 18:37  
우연히 커피잔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다 들어왔어요...
그런데 시를 읽는 순간, 내가 왜 밥그릇이 아니라 늘 잔에 더 집착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만, 어쩐지 도구를 쓰지 않는 잔이야말로 순수한 접촉과도 같다는 느낌이에요.. 아.. 정말 공감됩니다..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