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서(1장) -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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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서(1장) - 유치환

poemlove 0 11115
저자 : 유치환     시집명 : 생명의 서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生命의 書(1章)

 유 치 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亞?比亞)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 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
 오직 아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039;나&#039;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039;나&#039;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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