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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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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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 윤동주

poemlove 0 9650
저자 : 윤동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 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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