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로타리 화단의 생강나무
권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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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3 09:11
저자 : 권경업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작년가을 산골 화원에서 조경수로 이식돼 온
서면 로타리 화단의 생강나무가 일찍 잎 지우고
겨우내 대책 없이 불면에 시달리던 일을 두고, 혹자들은
도심의 번잡함 때문이라는 이도 있고
주위의 환경변화에 따른 우울증이 원인이란 이도 있지만
실은 오랜 동안 아무에게도 내색하지 않은
품안의 고스란한 그 무엇 때문이었다
그저 휑하니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붙잡고
속내를 넋두리처럼 풀어내고도 싶었으나
풍문을 두려워한 체면이 그러지도 못하게 했다
요 며칠 사이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괜히 들뜬듯하더니
무지막지하게 공익요원의 눈가래에 밀린
그 하얗던 백년만의 춘설이
전포동 방면 지하도 입구 뒤편에서
웅숭그려 시커멓게 녹아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온갖 잡다한 생각 다 놓아버리고
볕 짧은 봄날 한나절이라도
따뜻한 입김처럼 피어보기라도 해야겠다며
늘, 달막달막 망설이던 마음 한쪽의
그 꽃물들을 독백처럼 풀어낸다
서면 로타리 화단의 생강나무가 일찍 잎 지우고
겨우내 대책 없이 불면에 시달리던 일을 두고, 혹자들은
도심의 번잡함 때문이라는 이도 있고
주위의 환경변화에 따른 우울증이 원인이란 이도 있지만
실은 오랜 동안 아무에게도 내색하지 않은
품안의 고스란한 그 무엇 때문이었다
그저 휑하니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붙잡고
속내를 넋두리처럼 풀어내고도 싶었으나
풍문을 두려워한 체면이 그러지도 못하게 했다
요 며칠 사이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괜히 들뜬듯하더니
무지막지하게 공익요원의 눈가래에 밀린
그 하얗던 백년만의 춘설이
전포동 방면 지하도 입구 뒤편에서
웅숭그려 시커멓게 녹아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온갖 잡다한 생각 다 놓아버리고
볕 짧은 봄날 한나절이라도
따뜻한 입김처럼 피어보기라도 해야겠다며
늘, 달막달막 망설이던 마음 한쪽의
그 꽃물들을 독백처럼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