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원미집에서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서면 원미집에서

권경업 0 1239
저자 : 권경업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젊은 시절 한때는
몇몇 동네 아낙들과도 소문께나 뿌렸을
자세히 보면 고놈 물건 하나는 정말 잘생겼다
앉아있는 엉덩짝은 어떻고, 펑퍼짐하니
껄떡이던 한량들 침깨나 흘리게 했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들 좋아하던
양성(兩性)의 매력을 한 몸에 지닌, 너를
혹자들은 오까마 같다, 라고 했지만
서로들 씀씀이에 비해
정이 형편없이 메말라가는 요즘
괜히 우리 것이라 하면 촌스럽게 생각하는 이웃들로부터
무시당하지는 않았는지, 세상은 잘 살고 있는지
풍문에는 이태원 어디쯤
‘여보! 여보!’ 라는 카페에 있다고도 하고
누구는, 종암동 소방서 부근
오갈데 없는 옛날 매미 언니들 모여 사는
‘무명집’ 주방에서 그냥 더부살이 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정말 반갑다야! 서면 한복판 에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
어느새 내 나이도 오십, 지금은 아득하지만
어머니 심부름으로 일찍부터 너를 만나
서로를 알고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서
해거름 무렵 손잡고 집으로 들어오기라도 하면
아버지는 미소가득 젓가락 장단에
‘푸른무레 노전는 배-엣사공’으로 두만강을 잘도 건너가셨다
대학시절에는 학사주점 여주인이나
니나노집 언니들이 너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과
두드리면 탁탁 소리가 난다는 기억 외에
삼각관계 같은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흘러가며 맑아지는, 우리 모두는 다 탁류였듯이
원미집 황주전자! 너 안의 걸죽한 영혼은 어느새
얼큰하게 내 의식의 동맥을 흘러
맑고 맑은 시류(詩流)가 된다



*오까마 - 여장남자 혹은 트랜스젠더들을 일컫는 속어
*황주전자 - 누런 색깔의 막걸리 주전자
*여보여보 - 이태원에 있는 유명한 트랜스젠더 카페
*무명집 - 종암동 소방서 부근에 있는 옛날식 젓가락장단의 니나노집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