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연재 [일기]- 도래샘 -2005년 9월 22일자
권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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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6 08:55
저자 : 권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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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취밭목에 가면 자그만 도래샘이 있습니다.
지금쯤,그 도래샘은 가을 하늘을 통째로 품고 있습니다. 하늘을 품어 한없이 깊어진 도래샘은 땅 가운데의 하늘이 되었습니다. 그런 도래샘은 자신 안의 맑은 하늘을 가두어두지 않습니다. 알게 모르게 소리 없이 늘 비워내고 있습니다. 어쩌다 머물다간 반달이 더 비울 것 없는 그믐달이 되어 서산을 넘어간 뒤,비워낸 하늘은 유평계곡이 되고 뭇 목숨들이 목을 축이는 덕천강이 되었습니다.
나는 취밭목 등산을 갈 때마다 그 도래샘물을 길어옵니다. 도래샘을 닮고 싶다는 얼토당토않는 욕심 때문입니다. 가져온 샘물로 죽로차를 달이지만 한 편(片)의 차향(茶香)도 품지 못합니다. 품의 됨됨이란 그릇의 물리적 차이가 아니라 심성의 차이란 것을 압니다.
끊임없이 비우기에 끊임없이 차오르는 취밭목 도래샘. 그 도래샘만큼은 안 되겠지만 탁한 내 몸의 일부를 맑은 샘물로 채워보자는 속물 근성에 내일은 우리 아파트 뒤 백양산 중턱의 약수를 길으려 가렵니다. 물론 백양산 약수도 내게는 과분합니다.
지금쯤,그 도래샘은 가을 하늘을 통째로 품고 있습니다. 하늘을 품어 한없이 깊어진 도래샘은 땅 가운데의 하늘이 되었습니다. 그런 도래샘은 자신 안의 맑은 하늘을 가두어두지 않습니다. 알게 모르게 소리 없이 늘 비워내고 있습니다. 어쩌다 머물다간 반달이 더 비울 것 없는 그믐달이 되어 서산을 넘어간 뒤,비워낸 하늘은 유평계곡이 되고 뭇 목숨들이 목을 축이는 덕천강이 되었습니다.
나는 취밭목 등산을 갈 때마다 그 도래샘물을 길어옵니다. 도래샘을 닮고 싶다는 얼토당토않는 욕심 때문입니다. 가져온 샘물로 죽로차를 달이지만 한 편(片)의 차향(茶香)도 품지 못합니다. 품의 됨됨이란 그릇의 물리적 차이가 아니라 심성의 차이란 것을 압니다.
끊임없이 비우기에 끊임없이 차오르는 취밭목 도래샘. 그 도래샘만큼은 안 되겠지만 탁한 내 몸의 일부를 맑은 샘물로 채워보자는 속물 근성에 내일은 우리 아파트 뒤 백양산 중턱의 약수를 길으려 가렵니다. 물론 백양산 약수도 내게는 과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