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연재 [일기]- 가을비 -10월 5일자
권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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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6 09:00
저자 : 권경업
시집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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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비가 오면 조개골의 앓는 소리가 들립니다. 잎 지운 자리가 아리다며 우는 나무들의 눈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리산 신밭골에는 외팔이 한 분이 있었습니다. 빨치산 시절에 총을 맞고 팔을 잃었습니다. 포로로 잡혔다가 재판도 받고 감옥도 살았습니다. 그 뒤,목숨을 부지하고 석방된 것이 죽은 전우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왔습니다. 평화는 왔지만 평생을 하산하지 않고 귀먹은 부인과 살았습니다. 비만 오면 팔 떨어진 곳이 낙엽진 자리처럼 쓰렸습니다. 그런 날은 함부로 지껄일 수 없는 한맺힌 가슴 서슴없이 부인에게 쏟아부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부인은 들은 말이 한마디도 없고 본인만 후련했습니다.
내가 조개골을 처음 가 본 것은 오영수 선생의 단편 '메아리'를 읽은 뒤였습니다. 열여섯 소년 시절,나는 아름다움에 취해서 갔고 그는 분노에 총을 들고 찾아갔습니다. 지금,계절은 헤아릴 수 없이 바뀌었지만 산은 그 자리에 그대로입니다. 파스텔 톤의 누르고 푸른빛에 섞인 조개골 단풍은 아름답습니다. 그것은 여러 종(種)으로 이루어진 숲의 자유로움 때문입니다
지리산 신밭골에는 외팔이 한 분이 있었습니다. 빨치산 시절에 총을 맞고 팔을 잃었습니다. 포로로 잡혔다가 재판도 받고 감옥도 살았습니다. 그 뒤,목숨을 부지하고 석방된 것이 죽은 전우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왔습니다. 평화는 왔지만 평생을 하산하지 않고 귀먹은 부인과 살았습니다. 비만 오면 팔 떨어진 곳이 낙엽진 자리처럼 쓰렸습니다. 그런 날은 함부로 지껄일 수 없는 한맺힌 가슴 서슴없이 부인에게 쏟아부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부인은 들은 말이 한마디도 없고 본인만 후련했습니다.
내가 조개골을 처음 가 본 것은 오영수 선생의 단편 '메아리'를 읽은 뒤였습니다. 열여섯 소년 시절,나는 아름다움에 취해서 갔고 그는 분노에 총을 들고 찾아갔습니다. 지금,계절은 헤아릴 수 없이 바뀌었지만 산은 그 자리에 그대로입니다. 파스텔 톤의 누르고 푸른빛에 섞인 조개골 단풍은 아름답습니다. 그것은 여러 종(種)으로 이루어진 숲의 자유로움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