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계단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계단

가을 1 1578
저자 : 강성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아름다운 계단

강성은


다리를 벌리고 앉은 의자 아래
졸고 있는 죽은 고양이 옆에
남자의 펄럭이는 신문 속에
펼쳐진 해변 위에
파란 태양 너머
일요일의 장례식에
진혼곡을 부르는 수녀의 구두 사이로
달려가는 쥐를 탄
우울한 구름의 손목에서 흐르는
핏방울이 떨어져내린
시인의 안경이 바라보는
불타오르는 문장들이 잠든
한 줌 재가 뿌려진
창밖의 검은 밤 속
흘러가는 기차를 탄
사내의 담배 연기를 따라
붉은 달이 떠 있는
검은 딸기밭 아래
곱게 화장한 미친 여자 뱃속에
숨겨진 계단 사이로
길을 잃은 아이가
계단을 펼쳤다 접으며 아코디언을 켜고
계단은 사람들의 귓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밀려나가고
사람들은 눈을 감은 채로 계단을 하나씩 오르고
계단은 점점 더 길고 느려져
잠이 든 채 연주되고
1 Comments
가을 2006.04.05 12:16  
이틀을 비가 내릴 거라고 한다. 열어둔 창으로 물기젖은 손이 들어와 가슴을 어루만진다. 눅눅한 비가 쏟아지는 날, 나는 감방처럼 내 방에 꼭 갇혀있을 것이다. 비내리는 주말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꿈을 꾸었다. 너무 슬픈 꿈이라 깨고 나서도 가슴이 한참을 욱신거렸다. 어제 밤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물오른 눈동자가 다시 떠올랐다. 나는 너무 올바르게 살려고 하는지라 편협한 것은 아닐까. 생의 모든 국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는 꽃잎조차 혼신으로 지는데, 죽어가는 사람들이 도처에서 검은 그림자로 서성이는데, 살아있는 심장이 이미 반쯤 무덤에 든 것처럼 미지근하다면 나는 왜 그것을 참아내지 못할까. 너는 왜 더 치열해지지 않느냐. 네 생은 언제나 반쯤 꺾인 36.5도인가.
   
다리를 벌리고 앉은 여자의 가랑이를 열고 들어가면 파란 태양 너머 기차가 달려가는 길목 검은 딸기밭 아래 곱게 화장한 미친 여자가 있고, 뱃속에는 길잃은 아이, 태어나지 못하고 무섭게 부풀어오르는 복수처럼 느리게 펼쳐지고 오므라드는 계단이 있다. 태어나기전에 죽은 계단, 태어나면서 죽어버리는 계단, 그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느린 그림자를 보면서 나는 슬프다. 이 고통 속에서 너는 왜 유희하느냐. 나는 운다.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