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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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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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가을 0 1450
저자 : 강성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사춘기

강성은


어머니의 접시들을 꺼내자
접시 속에서
장미꽃이 뛰쳐나오고
고양이가 뛰쳐나오고
죽은 어머니가 뛰쳐나왔어요

장미꽃과 고양이와 어머니는
온 집 안을 뛰어다니며
나를 찌르고, 물고, 목 졸랐어요
날마다 나는 포크를 들고 그들을 쫓느라
그해 겨울의 태양이 실종되었다는 기사조차 읽지 못했죠

그러는 사이 나는 거인처럼 자랐고
어느 날 집은 모래처럼 주저앉았어요
장미꽃과 고양이와 어머니를 붙잡아
접시에 담아 비벼먹고 포크와 접시까지 씹어먹자
일 년치 밀린 잠이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악몽일까요, 태양은 일 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고
모래바람은 심장 속까지 불어오고
내 키는 자꾸만 자라 하늘까지 닿았어요
태양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고
그렇게 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자꾸만 지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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