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
가을
0
1711
2006.03.28 18:18
저자 : 강성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성탄전야
강성은
자정 너머
TV 속의 성탄절 합창제를 보고 있었다
흑인남자의 구렁이 같은 입 안에서
거룩한 밤이 흘러나왔다
거룩한 밤
아이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멜로디는 아이의 입 속에서 굴러나온다
종이피아노는 한 번도 소리낸 적이 없다
아이는 피아노 건반을 입 속에 구겨넣는다
거룩한 밤
나는 TV 속으로 들어가 남자의 입을 틀어먹았다
내 입 속에서 부러진 건반들이 쏟아져나왔다
거룩한 퍼포먼스에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옆집 아이들과 산타할아버지가 쏟아져나왔다
사람들이 허둥지둥 달아났다
거룩한 밤
거룩한 TV 속에 나 혼자 있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건반들이 불협화음을 내며
거룩한 밤을 연주했다
사람들이 눈을 뭉쳐 TV 속으로 던졌다
나는 입 속에 손가락을 넣어
검고 하얀 뼈들을 하나씩 뽑아냈다
내 비명이 리듬을 타고 울려퍼졌다
TV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거룩한 밤을 합창하기 시작했다
강성은
자정 너머
TV 속의 성탄절 합창제를 보고 있었다
흑인남자의 구렁이 같은 입 안에서
거룩한 밤이 흘러나왔다
거룩한 밤
아이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멜로디는 아이의 입 속에서 굴러나온다
종이피아노는 한 번도 소리낸 적이 없다
아이는 피아노 건반을 입 속에 구겨넣는다
거룩한 밤
나는 TV 속으로 들어가 남자의 입을 틀어먹았다
내 입 속에서 부러진 건반들이 쏟아져나왔다
거룩한 퍼포먼스에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옆집 아이들과 산타할아버지가 쏟아져나왔다
사람들이 허둥지둥 달아났다
거룩한 밤
거룩한 TV 속에 나 혼자 있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건반들이 불협화음을 내며
거룩한 밤을 연주했다
사람들이 눈을 뭉쳐 TV 속으로 던졌다
나는 입 속에 손가락을 넣어
검고 하얀 뼈들을 하나씩 뽑아냈다
내 비명이 리듬을 타고 울려퍼졌다
TV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거룩한 밤을 합창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