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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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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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가을 0 1174
저자 : 김혜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시래기

김혜경


시래기국 끓이다 창밖을 봅니다
유리창에 와서 지는 비꽃들

내 유년 시절 비가 마루에 뛰어 들던 날이면
오지 않는 어머니 기다리며 다 마르지 못한
시래기 속으로 스며들던 비의 눈물
오늘은 오. 실. 거. 야.
처마 밑 시래기 언제나 마르지 못했습니다

그 여름, 사정없이 내리치던 비의 한숨 때문에
창문 가에 쪼그리고 앉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이십사 년 길다면 긴 생의 흔적이건만
아직도 나는 기다림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요

처마 밑에 묶여 있던 시래기처럼
늘 시댁과 자식에 얽매여 상심을 안고
살아야 했던 어머니,
이해하지 못하고 증오했습니다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 시원한 시래기국을
끓이는 아침 어머니의 상처가 아프게 가슴에서
비꽃으로 핍니다

상처도 기억도 죄다 마르게 한 시래기, 나는 왜
이 야윈 영혼 앞에 서기가 두려운 걸까요

<' 98년 하나은행 공모전 수상작 심사위원:유안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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