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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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8 18:29
저자 : 김혜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슬픔의 잔
김혜경
철조망에도 꽃이 핍니다, 어르신
풀벌레조차 숨죽이는 이 곳에
하늘 찌르던 푸른 눈들이 청춘을 내어 걸 듯
당신의 젊은 날 그 날처럼 높게높게
팔을 뻗어 갑니다
사람들이 말합니다, 평양에서 제주로
이상이 다른 이들이 서로의 눈 겨냥하던
무서운 상처들이 저렇게 피고 있다고
밤마다 저 먼 이북의 별들이 자유로이 날아와
꽃이 되는 밤
아르카디아 아르고스라는
이 곳과 저 철조망 넘어 사람들이
다 아는 밤의 꽃들이
아프게 어둠을 몰아내고
꺾어진 허리채 껴안고 눈물로 핍니다
백두줄기 따라 흘러왔을 물줄기는
누구의 힘에도 굴하지 않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데
한 세기가 가고 한 세기가 오는 날
당신이 소중히 가꾸었던 북녘 땅에도
청보리 푸르게 푸르게 천지를 물들이고 있겠죠
차마 없애지 못한 저 철조망을 보며
슬픔의 잔을 올립니다
우리 모두가 묻어야 할 오십년 세월의 그 한
저 풀들은 하얀꽃 피어 올리고 있는데
우린 두 동강 난 지렁이 마냥
아프다 신음만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
<'01년 호국문예공모전 최우수작>
김혜경
철조망에도 꽃이 핍니다, 어르신
풀벌레조차 숨죽이는 이 곳에
하늘 찌르던 푸른 눈들이 청춘을 내어 걸 듯
당신의 젊은 날 그 날처럼 높게높게
팔을 뻗어 갑니다
사람들이 말합니다, 평양에서 제주로
이상이 다른 이들이 서로의 눈 겨냥하던
무서운 상처들이 저렇게 피고 있다고
밤마다 저 먼 이북의 별들이 자유로이 날아와
꽃이 되는 밤
아르카디아 아르고스라는
이 곳과 저 철조망 넘어 사람들이
다 아는 밤의 꽃들이
아프게 어둠을 몰아내고
꺾어진 허리채 껴안고 눈물로 핍니다
백두줄기 따라 흘러왔을 물줄기는
누구의 힘에도 굴하지 않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데
한 세기가 가고 한 세기가 오는 날
당신이 소중히 가꾸었던 북녘 땅에도
청보리 푸르게 푸르게 천지를 물들이고 있겠죠
차마 없애지 못한 저 철조망을 보며
슬픔의 잔을 올립니다
우리 모두가 묻어야 할 오십년 세월의 그 한
저 풀들은 하얀꽃 피어 올리고 있는데
우린 두 동강 난 지렁이 마냥
아프다 신음만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
<'01년 호국문예공모전 최우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