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잔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슬픔의 잔

가을 0 1017
저자 : 김혜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슬픔의 잔

김혜경


철조망에도 꽃이 핍니다, 어르신
풀벌레조차 숨죽이는 이 곳에
하늘 찌르던 푸른 눈들이 청춘을 내어 걸 듯
당신의 젊은 날 그 날처럼 높게높게
팔을 뻗어 갑니다

사람들이 말합니다, 평양에서 제주로
이상이 다른 이들이 서로의 눈 겨냥하던
무서운 상처들이 저렇게 피고 있다고
밤마다 저 먼 이북의 별들이 자유로이 날아와
꽃이 되는 밤
아르카디아 아르고스라는
이 곳과 저 철조망 넘어 사람들이
다 아는 밤의 꽃들이
아프게 어둠을 몰아내고
꺾어진 허리채 껴안고 눈물로 핍니다  

백두줄기 따라 흘러왔을 물줄기는
누구의 힘에도 굴하지 않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데
한 세기가 가고 한 세기가 오는 날
당신이 소중히 가꾸었던 북녘 땅에도
청보리 푸르게 푸르게 천지를 물들이고 있겠죠

차마 없애지 못한 저 철조망을 보며
슬픔의 잔을 올립니다

우리 모두가 묻어야 할 오십년 세월의 그 한
저 풀들은 하얀꽃 피어 올리고 있는데
우린 두 동강 난 지렁이 마냥
아프다 신음만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

<'01년 호국문예공모전 최우수작>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