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밭을 지나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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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1 08:02
저자 : 고재종
시집명 :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메밀꽃 밭을 지나며
고재종
누이야, 달빛 한 자락만 뿌려도
서리 서리 눈물떼 반짝이는 이 길을
사나이 강 다짐으로 그냥 넘으라는 것이냐
누이야,잔바람 한 자락만 끼쳐도
마음의 온갖 보석들 싸하니 이는 이 길을
사나이 꺼먹 꺼먹 차마는 못 넘겠다.
지나온 절간에서 댕- 울리는 종소리가
한 귀에서 다른 귀로 빠져나가는 순간
영혼의 쇠든 것이 싸악 씻기는 경우 였다
그리하여 멧새 몇마리 뒤척이며
깃에 묻은 이슬 부리는 소리에도
환약 먹은 듯 환약 먹은 듯한 마음 자린데,
누이야, 한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나는 더 더욱 명부의 꽃밭은 모르고
이렇게는 메밀꽃밭을 그냥 넘으라는 것이냐
소금 같은 소금 같은 눈물의 보석 일구어
은하수 하늘에다 서걱 서걱 옮기어 놓고
이렇게는 이 가을 차마는 못 넘겠다.
고재종
누이야, 달빛 한 자락만 뿌려도
서리 서리 눈물떼 반짝이는 이 길을
사나이 강 다짐으로 그냥 넘으라는 것이냐
누이야,잔바람 한 자락만 끼쳐도
마음의 온갖 보석들 싸하니 이는 이 길을
사나이 꺼먹 꺼먹 차마는 못 넘겠다.
지나온 절간에서 댕- 울리는 종소리가
한 귀에서 다른 귀로 빠져나가는 순간
영혼의 쇠든 것이 싸악 씻기는 경우 였다
그리하여 멧새 몇마리 뒤척이며
깃에 묻은 이슬 부리는 소리에도
환약 먹은 듯 환약 먹은 듯한 마음 자린데,
누이야, 한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나는 더 더욱 명부의 꽃밭은 모르고
이렇게는 메밀꽃밭을 그냥 넘으라는 것이냐
소금 같은 소금 같은 눈물의 보석 일구어
은하수 하늘에다 서걱 서걱 옮기어 놓고
이렇게는 이 가을 차마는 못 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