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성화의 길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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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1 08:18
저자 : 고재종
시집명 :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초록 聖火의 길
고재종
하늘에 닿을 듯 수려 찬란한 메타세콰이아.
저 나무를 커다란 초록 성화라 해도 괜찮겠다.
담양에서 순창까지의 시오릿길에 도열한,
저 초록 성화 천여 자루.
내가 너희로 인해 세상을 수긍할 때 나는 무엇을 본 셈일까.
초록 성화의 길 저곳으로, 싱싱 씽씽 은을 밟는 아이들의 꿈,
스치는 이팝꽃 향기.
아득했다 하자.
초록 성화의 길 저곳으로,
뒤뚱거리는 한 노부부의
저미는 까치집의 까치소리.
따뜻했다 하자.
나는 한숨과 탄식의 길을 걸어왔다.
초록 성화의 저 길로 어느 비바람 치는 날
非非非 잎새 날릴 때,
터덜거리는 시골버스는 나보다 더 터덜거렸다.
터덜거리는 뒤끝이 별들의 푸른 밀어 쪽이라면,
그 푸른 전설들이 가지끝마다 주저리주저리 열린다면,
저 나무가 한겨울 큰눈 뒤집어쓴들,
어느 나그네의 詩琴이 울려나지 않을 리 없겠지.
나는 때로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
저 나무에 걸리던 동박새와 소쩍새의 울음을 추억한다.
나는 또한 생생한 것을 좋아한다.
저 나무를 흔들던 쓰르라미와 씨르래기의 노래를 기억한다.
초록성화의 길,
저 길이 급기야 불끈! 청청!
하느님에게까지 닿는 길이거늘 나는 이제 고요하여도 되는가.
하면 저 길이 길이거늘 저 길을 잘라내고 웬 길을 내려는가.
마을에선 왜 弔鐘을 울려대지 않는가.
너와 나는 뜨거운 짱 끼고,
저 초록 성화의 길 아득한 소실점 속으로,
어떤 씩씩한 사랑으로 차마 사라지는가.
오늘은 염천,
저 초록 성화는 저희들끼리 분기탱천,
더욱 타오른다면,
나는 또 세상에 대하여 무엇을 소리칠까.
고재종
하늘에 닿을 듯 수려 찬란한 메타세콰이아.
저 나무를 커다란 초록 성화라 해도 괜찮겠다.
담양에서 순창까지의 시오릿길에 도열한,
저 초록 성화 천여 자루.
내가 너희로 인해 세상을 수긍할 때 나는 무엇을 본 셈일까.
초록 성화의 길 저곳으로, 싱싱 씽씽 은을 밟는 아이들의 꿈,
스치는 이팝꽃 향기.
아득했다 하자.
초록 성화의 길 저곳으로,
뒤뚱거리는 한 노부부의
저미는 까치집의 까치소리.
따뜻했다 하자.
나는 한숨과 탄식의 길을 걸어왔다.
초록 성화의 저 길로 어느 비바람 치는 날
非非非 잎새 날릴 때,
터덜거리는 시골버스는 나보다 더 터덜거렸다.
터덜거리는 뒤끝이 별들의 푸른 밀어 쪽이라면,
그 푸른 전설들이 가지끝마다 주저리주저리 열린다면,
저 나무가 한겨울 큰눈 뒤집어쓴들,
어느 나그네의 詩琴이 울려나지 않을 리 없겠지.
나는 때로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
저 나무에 걸리던 동박새와 소쩍새의 울음을 추억한다.
나는 또한 생생한 것을 좋아한다.
저 나무를 흔들던 쓰르라미와 씨르래기의 노래를 기억한다.
초록성화의 길,
저 길이 급기야 불끈! 청청!
하느님에게까지 닿는 길이거늘 나는 이제 고요하여도 되는가.
하면 저 길이 길이거늘 저 길을 잘라내고 웬 길을 내려는가.
마을에선 왜 弔鐘을 울려대지 않는가.
너와 나는 뜨거운 짱 끼고,
저 초록 성화의 길 아득한 소실점 속으로,
어떤 씩씩한 사랑으로 차마 사라지는가.
오늘은 염천,
저 초록 성화는 저희들끼리 분기탱천,
더욱 타오른다면,
나는 또 세상에 대하여 무엇을 소리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