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수(鳳凰愁)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봉황수(鳳凰愁)

관리자 3 9806
저자 : 조지훈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40     출판사 :
봉황수(鳳凰愁)

                        조 지 훈


벌레 먹은 두리 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風磬)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
천(九天)에 호곡(呼哭)하리라.
3 Comments
가을 2006.04.22 12:02  
시어 및 시상 전개
 
두리기둥: 둥근기둥
벌레 먹은 ∼ 둥주리를 마구 쳤다: 황폐한 대궐
큰 나라 섬기든: 사대주의
거미줄친 옥좌(玉座): 나라가 망했음을 암시
여의주(如意珠)를 희롱하는 쌍룡(雙龍): 제왕의 상징
봉황새: 나약한 우리 민족, 국가
추석( 石): 벽돌같이 다듬어진 돌
패옥(佩玉): 벼슬아치가 금관조복의 좌우에 늘어뜨리어 차던 옥
품석옆에서 ∼ 나의 몸둘 곳은 바이 없었다: 망국인으로서의 절망감
속된 줄을 모르량이면: 속되지 않다면
구천(九天): 하늘, 불교에서 말하는 아홉하늘
호곡(號哭): 소리내어 슬피 우는 것
가을 2006.04.22 12:02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복고주의나 회고주의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이 시를 대하면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서정성과 낭만성이 깃들인 시이며 상징성도 간과할 수 없다. 몰락한 고궁을 소재로 우국 충정과 깊은 수심을 표현한 시이다.

소재의 특수함에 걸맞게 언어가 우아한 고전적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 갈래 : 산문시, 서정시

▶ 성격 : 회고적, 민족적, 의고적, 고전적, 애상적

▶ 어조 : 망국을 슬퍼하는 이의 침통한 어조

▶ 특징 : 역사적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고전적 소재를 통해 나타냄.

▶ 구성 : 단련(單聯)으로 된 산문시

① 퇴락한 고궁의 정경 ―선경(先景)(첫째 문장∼둘째 문장)

② 화자의 심회 ―후정(後情)(셋째 문장∼여섯째 문장)

▶ 제재 : 퇴락한 고궁

▶ 주제 : 망국(亡國)의 비애. 망국의 설움

▶ 특징:
1. 비유적 수사,
2. 고풍스런 소재
지은이의 비극적인 역사적 인식에서 오는 비판과 민족 정서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나타난 작품이다
쓸쓸하고 허망한 고궁의 모습을 통해서 나라 잃은 우리 민족의 비애를 '봉황'에 감정이입하여 읊었다.
'단청, '풍격', '옥좌', '봉화', '패옥'등의 예스런 언어 감각이 나타났다.
'거미줄 치다'는 남의 나라에게 빼앗김을 표현한 말이고 '봉황'은 우리 민족이며 동시에 서정적 자아의 슬픈 모습을 형상화한 말이다
'정일품 종구품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는 서정적 자아의 방황을 암시
행과 연의 구별이 없는 산문시이다
가을 2006.04.22 12:02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퇴락(頹落)한 고궁의 옥좌 앞에서 몰락한 왕조와 국권의 상실을 회고하면서 비극적인 역사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산문시이다. 역사에 대한 감회라는 관념적인 주제를 구체적이면서 평범한 시어를 적절히 이용하여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으며, 시인의 역사 의식과 조국애가 낭만적 정조를 바탕으로 드러나 있다.
행과 연의 구분 없이 6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산문시인 이 작품은 내용에 따라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문장부터 둘째 문장까지의 앞 단락은 퇴락한 대궐의 모습을 서경적으로 묘사한 부분이며, 셋째 문장부터 여섯째 문장까지의 뒷 단락은 그것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상을 노래한 부분으로, 선경 후정의 방법에 따라 시상을 전개시키고 있다.
식민지 치하라는 현실적 절망감에 빠져들지 않고 냉철한 시선으로 조국의 패망 원인을 분석한 시인은 그것을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라는 사대 사상(事大思想)으로 단정한다. 그리고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린' 옥좌를 보며 민족적 슬픔에 빠져버린다. 중국에 굴복하여 용 대신 봉황으로 제왕(帝王)을 나타냈던 부끄러운 역사를 돌아보며 그는 민족의 주체성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조국의 패망에 대해 눈물 흘리는 것이 부질없음에도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며 망국(亡國)의 설움을 소리 높여 부르짖는 시인은 저승의 '구천(九泉)'이 아닌, 가장 높은 하늘이라는 뜻의 '구천(九天)'을 바라보며 조국이 해방된 그 날을 꿈꾸고 있다. 그것은 곧 사대주의로 일관된 민족 주체성의 부재를 비판하는 동시에 조국 해방은 민족 주체성의 회복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 시인의 투철한 역사 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