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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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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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 나태주

관리자 0 12391
저자 : 나태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1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먼저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할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랫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

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줄 것인가
만약 주워가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가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 삼아 나는 세상 한복판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나는 달리는 차들이 피해가는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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