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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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

hanwori 3 4445
1948 충남 천안 출생
1973 <<풀과별>>에 시 <그믐>을 발표
1983 '중앙시조대상' 수상
1994 「물총새에 관한 기억」으로 '중앙일보 시조대상' 수상
1995 "오늘의 시조시학회"로 부터 '오늘의 시조문학상' 수상
???? 「자고 가는 저 구름아」로 대한출판문화협회 주관 '제1회 장정상(裝幀賞)' 수상
????  중국 현대사를 다룬 책 「중앙 인민공화국」으로 교보로부터 '표지 디자인상' 수상
2002 제12회 '이호우시조문학상' 수상
 <<말>>, <<삼장시>> 동인
동학사 대표, 오늘의시조학회장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한방울의 피>&nbsp;&nbsp;&nbsp;&nbsp;평민사&nbsp;&nbsp;1983
시집 <네 사람의 얼굴> [공저]&nbsp;&nbsp;&nbsp;&nbsp;문학과지성사&nbsp;&nbsp;1983
시집 <지상의 중심이 되어>&nbsp;&nbsp;&nbsp;&nbsp;시와시학사 &nbsp;&nbsp;2000
시집 <햇빛시간>&nbsp;&nbsp;&nbsp;&nbsp;태학사 &nbsp;&nbsp;2001
3 Comments
가을 2004.01.31 07:39  
유재영 柳在榮시인은 1948년 충남 천안에서 출생하여 1970년부터 1975년까지 5~6년 동안 ≪시조문학≫ ≪풀과별≫ ≪현대시학≫ ≪신동아≫ 등에 시와 시조를 발표했다.
1975년 ≪현대시학≫ 편집에 참여하여 조창환·한영옥 등과 <말>동인으로 활동하는 한편, 『70년대 사화집』 발간에 책임편집을 맡았다.
이 무렵부터 ≪현대시학≫ ≪현대문학≫ ≪시문학≫지 등에서 비평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100여 편의 시와 시조에 관련된 평론들이 있다.
등단 10년 만인 1983년에 첫시집 『한 방울의 피』를 평민사에서, 4인 시조집 『네 사람의 얼굴』을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
이 해에 이우걸과 함께 중앙일보 시조대상 신인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1994년 「물총새에 관한 기억」으로 중앙일보 시조대상을, 이듬해인 1995년에는 오늘의시조학회가 주는 오늘의 시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편으로는 20년 동안 1,500여 권의 표지디자인을 작업하였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장정상(裝幀賞)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1998년에는 그의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작가·시인·출판인들에 의해 <유재영 민족 북디자인집 발간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가을 2004.01.31 07:39  
[유재영을 생각하며] 완미한 서정의 성곽
완미한 서정의 성곽

이우걸 (시인)


70년대 초 막 문단에 나왔을 때 유재영시인을 찾아 서울에 간 적이 있다. 그는 오래된 인문학 전문 출판사인 명문당이라는 출판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얼굴이 희고 섬세한 손을 가졌고 따스한 음성으로 조용조용 말하는 그는 세련된 도시사람 같았다. 나는 잘 못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이 많고 내용이 없는 나와 오래 얘기하는것 자체가 그에게 부담이 될 것만 같았다. 소주 두 병을 비우기 전까지 그는 듣기만 했다. 사실 세 병째 뚜껑을 열었을 때 나의 얘기는 바닥이 났고 이제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얘기들은 격이 있고 내용이 있었다. 시조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어떤 시조를 아름답다고 보아야 하는가, 우리 시조시단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등등이었다. 나는 그냥 트집잡듯이 얘기했지만 그는 타이르듯 말했다. 그의 말이 꽤 진지해졌을 때 나는 잠에 골아 떨어졌다. 그의 자취방은 좁고 추웠다. 새벽 세시는 술취한 사람이 주로 물먹으러 일어나는 시간이다. 나도 그 시간에 일어나서 물을 먹었다. 그런데 너무나 놀라운 풍경을 보게 되었다. 그의 이불은 온통 내게로만 보내놓고 낡은 잠바 하나를 덮고 웅크리고있는게 아닌가, 유재영은 그런 사람이다. 유재영의 정서는 그런 그의 체온에서 나온다. 자유시를 그렇게 잘 쓰면서도 시조를 외면하지 않고 지켜온것도 그런 정서 때문이다.

기러기 한 쌍만이 어젯밤에 날아갔을
숱 짙은 대숲 아래 지체 높은 어느 문중
남겨둔 월화감 몇 개 등불마냥 밝구나
장삼 입은 먹바위 햇빛도 야윈 곳에
무심코 흘림체로 떨어지는 잎새 하나
가만히 바라다보면 참 아득한 이치여
사랑도 그리움도 어쩌지를 못 할 때
청도 운문 골짜기 구비구비 돌아나온
득음은 저런 것인가, 옷을 벗는 물소리 ..................................「운문사 가는 길」 전문

작년 가을 이호우 문학상 시상식 때문에 대구에 와서 민병도시인과 운문사에 간 적이 있다. 안개낀 운문사 경내를 돌아오면서 가슴에 담고간 수묵화가 바로 이 작품이다. 전통적인 가락에 예사롭지 않은 이미지를 입혀놓았다. 물질적 가치의 효용성과 속도전이 성패의 열쇠가 되는 자본주의의 마성인 도시로부터 빠져나온 이 시의 의식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러나 나는 이 작품에서 <월화감>이란 단어에 제일 눈이 간다. 정말 이 단어가 좋다. 처음에 월화감이란 달밤에 보이는 까치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무식한 상상도 아름답다. 그의 시조에는 향토성을 환기시키는 동, 식물이나 가구의 이름이 곧 잘 등장한다.
<덩굴손>,<뻐꾸기>,<메꽃>,<기름종개>,<물총새>,<풀무치>,<초롱꽃>,<아가위>,<대숲>,<추녀>,<미닫이>,<갈대꽃>,<미나리>,<귀리>,<삘기꽃>,<개오동>,<빨강머리 물총새>,<청매미>,<조팝꽃>,<연잎>등 헤아릴 수 없다. 시조를 쓸 때 이러한 단어들이 마음에 닿아도 음보에 지장을 가져오면 사용하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유재영은 근사하게 사용한다. 나도 우리 동식물 공부를 한답시고 책을 사 모으고 읽어보았지만 이상한 이름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서 물었더니 웃기만 했다.

정강이 말간 곤충 은실짜듯 울고 있는
등 굽은 언덕 아래 추녀 낮은 집이 한채
나뭇잎 지는 소리가 작은 창을 가리고
갈대꽃 하얀 바람 목이 쉬는 저문 강을
집 나간 소식들이 말없이 건너온다.
내 생애 깊은 적막도 모로 눕는 월정리
------------------------ 「다시 월정리에서」전문

아름답고 슬픈 그림이다. 전원적인 풍경의 그림이다. 그렇게 완벽한 이미지의 시가 음보를 철저히 지키는 시조라는 사실을 독자는 알까? 물론 몰라도 좋다. 몰라도 그 명징한 이미지들이 독자의 가슴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시조시단 사람들이 지나치게 자연이나 사적 정감의 포로가 되어있을 때 그는 현실의 어두운 면을 고독하게 노래했고 너, 나 할 것없이 동어반복의 현실 스케치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그는 가을 산등성이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부는 외로운 소년의 목관악기 음색처럼 처연하고 근원적인 인간의 소리를 조율해 낸다. 시조문학의 존재이유에 대해 어떻게 이론적으로 증명해낼수 있을까? 이론이란 얼마나 주관적인가에 대해 너무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또 다른 설득의 방법이 있을까? 부질없는 짓이다. 시인의 시가 필요할 뿐이다. 아름다운 시조 한 편이 모든 부정의 소리를 무화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유재영의 시조들은 우리 시조문학사의 비길 때 없이 소중한 자산이다. 30여년 그와 마주하면서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와 같은 독자에게도 이 시집은 고향 마루에서 마시는 숭늉맛을 낸다. 그는 화가이다. 언어의 화가이다.
가을 2004.08.16 15:06  
◈ 유재영 시인의 시의 경향 ◈

'눈물도 아름다우면 눈물꽃이 되는가/ 깨끗한 슬픔 되어 다할 수만 있다면/ 오오랜 그대 별자리 가랑비로 젖고 싶다/ 새가 울고 바람이 불고 꽃이 지는 일까지/ 그대 모습 다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가/ 깨끗한 슬픔 하나로 그대 긴 손잡고 싶다' (유재영 시조 '깨끗한 슬픔' 전문)
모처럼 조선 백자처럼 단아하게 잘 빚은 시조를 만났습니다. 아름다운 현대시와 멋진 시조를 같이 써 온 유재영 시인의 작품입니다. 그분의 시조집 <햇빛 시간>(태학사)에 실려있네요. 흔히들 시조에 대해서 고풍스럽다거나 정형률에 얽매여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는데, 이처럼 얼마든지 촉촉하고 달콤한 연애시를 뽑아 올릴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지 않습니까?
유 시인은 1948년 충북 천안에서 태어나 70년부터 <시조문학>, <현대시학> 등에 작품을 발표했고 시집으로 '한 방울의 피' '지상의 중심이 되어' 등을 펴냈습니다. 94년 중앙일보 시조대상, 95년 오늘의 시조문학상을 받았지요. 공동 시조집은 더러 있지만 단독으로 시조집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30여년만에 내놓은 만큼 농익은 정조와 달관된 어법이 오롯하게 전해져 오는군요. 그렇게 맑고 투명하게 다듬느라고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도록 아꼈나봅니다.
이번 시조집에 실린 작품 중 '물총새에 관한 기억'이라는 시조를 하나 더 소개해 드리지요. '작자 미상 옛 그림 다 자란 연잎 위를/ 기름종개 물고 나는 물총새를 보았다/ 인사동 좁은 골목이 먹물처럼 푸른 날// 일곱 문 반짜리 내 유년이 잠겨 있는/ 그 여름 흰 똥 묻은 삐딱한 검정 말뚝/ 물총새 붉은 발목이 단풍처럼 고왔다// 텔레비전 화면 속 녹이 슨 갈대밭에/ 폐수를 배경으로 실루엣만 날아간다/ 길 없는 길을 떠돌다 되돌아온 물총새'
3장으로 이뤄진 이 시조의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그림첩을 접어놓은 것처럼 맞물려 있습니다. 인사동에서 우연히 본 그림과 유년기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 풍경, 텔레비전 화면 속의 녹슨 갈대밭, 먹으로 그린 옛 그림의 흑백 화폭과 총천연색의 유년 추억, 그리고 폐수를 배경으로 실루엣만 날아가는 물총새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되살아납니다. 잘 익은 운율과 아름다운 정형시의 한 모습을 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지요.
유재영 시인은 사물의 느낌이나 시각적 이미지를 잘 표현하는 시인인데, 그분의 작품에서 자주 만나는 구절은 꽃과 서체입니다. 메꽃이나 조팝꽃 등 자연의 꽃 뿐만 아니라 눈물꽃도 등장하지요. 서체는 뭔가하면, 붓글씨 쓸 때의 그 흘림체나 예서체, 궁서체 이런 걸 말합니다. 한 예를 볼까요. '이 순간'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덩굴손/ 긴 봄날이/ 흘림체로/ 쓰여지고/ 뻐꾸기/ 울음소리에/ 번져 가는/ 푸른 적막/ 못 이룬/ 지상의/ 꿈이/ 메꽃으로/ 지고 있다'
어떤 이미지가 전해져오는지요? 메꽃이란 나팔꽃 모양의 큰 꽃이 한 개 매달려 피는데, 낮에만 선홍색으로 피고 밤에는 시든다고 합니다. 못 이룬 지상의 꿈이라는 구절이 이 꽃과 함께 지고 있다는 표현이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긴 봄날이 흘림체로 쓰여진다고 했으니 봄 아지랑이도 떠오르고 나른한 분위기가 더욱 실감나게 전해져옵니다. 고딕체의 딱딱함보다 흘림체의 유려함을 택하는 시인. 그분의 시에 흘림체 궁서체 같은 얘기가 자주 나오는 게 아마도 직업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 시인은 출판사인 동학사의 대표이며 북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20년간 1천5백여권의 표지 디자인을 했고, 이번 시집 표지 디자인도 직접 했다는군요. 많은 문인 예술가들이 창작활동 외에 한 두개의 직함을 갖고 있는데 유 시인의 경우 북디자이너라는 직함이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남달리 관찰하고 자연과 함께 교감하는 시인이 책 표지를 디자인한다는 게 참으로 시적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