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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기도 -장 금(어느 노숙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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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20 14:47
집시의 기도 -장 금(어느 노숙인의 시)
 글쓴이 : 프레야
조회 : 191  


영등포 노숙인 쉼터 '행복한 우리집'의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시(詩)로
부제(副題)는 '충정로 사랑방에서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이다.
98년 사업이 망해 노숙인시설로 온 장금씨는
이 시 한편을 남기고 끝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숨졌다.

%낭송상 시의 원문을 수정하였음을 밝힙니다.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피붙이들은 이산(離散)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悔恨)을 안긴다.

굶어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고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서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와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을 숨기고
아려오는 가슴으로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의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降等)당한 나에게는
이제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亂麻)의 세월들이
만감(萬感)의 상념들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깡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을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卑怯)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서리발처럼 눈에 꽂힌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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