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로가는길 - 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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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로가는길 - 김참

한승현 0 2658
오즈로 가는 길

                     김  참

1
나는 동화의 마을을 지나가는 주인공입니다. 마을의 집들은 깜찍하고 백양나무 잎들은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군요 아이들은 인형처럼 오똑하게 코를 세우고 걸어가지요 화물을 실은 검은 기차들 느릿느릿 지나가는 화요일 오후 철공소에서 쨍쨍쨍 공기를 가르며 퍼져나가는 망치소리, 들리나요 참나무 밑의 참새들이 모이를 쪼며 짹짹거리는 소리, 술집 옆 돼지우리에서 꿀꿀대는 새끼 돼지 젖 달라는 소리, 듣고 있나요 오래 전에 죽은 할머니가 손수레를 끌고 가며 우유를 사라고 부르는 노랫소리, 듣고 있나요? 내 얘기를 듣고 있나요?
2
할머니, 음악의 가장 밑바닥엔 어떤 소리들이 있나요? 침묵이 있지. 아니예요 가장 밑바닥에서 울리는 소리들은 텅 빈 방을 가득 채워주는 걸요. 아니야 맨 밑바닥에는 어떤 소리도 없단다 추억과 노래, 사랑의 속삭임들도 언제나 바닥 아래로 가라앉는단다. 추억은 소리가 아닌걸요. 아냐 추억은 언제나 깊숙이 가라앉지 그건 너무 무거워 물고기처럼 낚아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란다 누군가 추억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힘찬 새가 되어 날아가버리지 하늘로 날아간 허무한 새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단다 새가 된 추억은 사라질 뿐이야
3
부드러운 라디오의 음악 낮게 울려퍼지는 오후 지붕 위의 비둘기들은 한가롭게 졸고 있었지요 언덕의 백양나무 잎들이 무척이나 펄럭거렸고 곡마단의 어린 소녀 통나무에 앉아 분홍색으로 피리를 불었지요 나는 빨간 지붕에 누워 흘러간 노래를 불렀고 산꼭대기 구름은 수많은 양떼들을 만들어냈지요 개들도 축 늘어진 오후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오고 들새들은 진종일 짹짹거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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