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戀書)-박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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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戀書)-박얼서

연서(戀書)
                                                          박 얼 서

가족들 모두 떠난 언덕 아래로
길섶에 피어난 코스모스 늦둥이 하나가
보따리 풀어 헝클어 놓은 채로
그리움 옹이 하나 어루만진다. 

시월의 추운 밤 지새운 눈망울
사춘기 아직 벗지 않은 앳된 모습 속에
둘만의 언약이 남았던 것일까
달아나는 가을을 붙들고서
누굴 찾아 저토록 애를 태우나 

떨리는 마음 담아 움켜쥔 연서
집념처럼 앙다문 가는 입술 떨어가며
까치발 우뚝 세운 발레리나처럼
기다림의 몸짓 망설였구나. 

그게 바로 나였구나!
무지개 타고 놀던 사연들
그게 바로 어제였구나!
“어제는 이미 그리움 된 걸‘
아쉬운 미련들 이제 다 팽개치고
이제 그만 떠나야한단다.“ 

그리움의 우금이 무너져
저 아래로 아스라이 떠밀려갈 때도
붙잡은 손 놓지는 마렴
바람결에 실려 온 너의 연서
그리움의 신비 그대로 간직한 채로
내일을 향한 숨차 오름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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